지리산 종주 08/05/12 ~ 08/05/13 D+1일

05:20 세석대피소 출
자기전에 다리가 너무 아파, 다음날 과연 계속 종주를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맨소래담 덕분인지 제 다리가 원래 튼튼한 건지 ㅋㅋ 아침이 되니 다시 걸을만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왔어!" "5월에 눈이 내리다니, 지리산이니까 볼 수 있는 거야" 이런 말씀이 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오니 세상이 오통 하얗기만 했습니다. 5월에 눈이라니? 거기다 눈덮인 산이라니... 정말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그런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강원도 산간지방에도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정말 드문 일이라고 하던데...)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이 아닌 지리산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표지판 앞에서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천왕봉을 오를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너무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 다리도 좋지 않은데, 눈덮인 산을 걷는다는 것은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종주 하고자 온 것인데, 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내려가야지라는 생각에 1차 목표를 장터목 대피소로 하여 떠났습니다.
눈위에 찍힌 저의 첫 발자욱입니다.
종주로에는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서 다니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산 중턱을 보면 푸른데 반해, 이 위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안개도 많이 끼어 있고, 해가 구름 사이로 계속 들락 날락합니다.

07:15 장터목대피소 착
안개 사이로 장터목대피소가 보입니다. 무사히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천왕봉으로 계속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07:40 제석봉 착
제석봉 고사목, 인간의 탐욕이 부른 화라는 글이 씌여져 있습니다.
저의 아침 식사입니다. 초코파이와 초컬릿... 이넘들이 열량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정말 그동안 쌓아둔 영양분이 많아서인지 이것으로 허기가 가시더군요 ^^
가방안에서 초코파이가 다 부숴져버렸네요.
주연: 부서진 초코파이
조연: 夏雨之手 ㅋ

07:50 제석봉 출

08:10 통천문 착
하늘로 통하는 문인가요? 이름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08:30 천왕봉 착
천왕봉을 오르는 길에 아래를 향하여 찍었습니다.
천왕봉을 오르는 길에 나 있는 소나무입니다.
드디어 천왕봉입니다. 일출을 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날이 너무나도 안 좋아 지리산 전체를 조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개가 너무 자욱해 내가 정말 높은 곳에 있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단지 천왕봉 비석과 아주 차갑고 거센 바람만이 이곳이 1915m 지리산 천왕봉이라는 사실을 알려 줄 뿐이었습니다.
삼각대도 가지고 오지 않아, 그 많은 사진 중 제 모습은 단 3컷! 그중 하나입니다. 포즈가 정말 엉망입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부랴부랴 대충 바위 위에 올려 놓고 간신히 찍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얼굴 도장은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

08:50 천왕봉 출
천왕봉에서 내려 갈 수 있는 길은 3가지가 있습니다.
장터목대피소, 중산리, 한곳은 기억이... 다른 종주 일지를 보니 대원사와 칠선계곡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4가지인데 --;
최초 계획은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와서 백무봉으로 내려 가는 것이었으나, 역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은 제 성미에 맞지 않아 가장 짧고 안 가본 곳을 하산길로 선택하였습니다.
선택지는 천왕봉-중산리! 내려오면서 들은 말이었는데, 천왕봉-중산리가 가장 험한 길이라고 하더군요.
천왕봉에 중산리로 내려 가는 길입니다. 처음에는 길이 아닌 줄 알고 한참 헤멨습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09:00 천왕샘 착

10:20 법계사 / 로타리대피소 착
법계사입니다. 저 글귀를 보는 순간 오늘이 토/일요일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아쉬웠습니다.
오랜만에 절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로타리대피소입니다. 힘도 들고, 자세히 살펴보기도 귀찮아지더군요 ^^

11:10 망바위 착

12:45 중산리탐방안내소 착

13:20 중산리 버스정류소 도착
중산리 탐방 안내소에서 버스정류소까지 1.7km입니다. 걸어서 30분정도의 거리이며, 중산리 버스정류소에서는 1시간 간격(정시 5분 출발)으로 원지/진주행 버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고려하셔서 내려 가시면 됩니다. 식사는 버스정류소 혹은 지리산 입구에서 모두 하실 수 있습니다.

14:05 중사리 버스정류소 출

15:10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착
진주에서 인천으로 바로 오는 버스가 10:xx하고 16:30에 있어, 16:30분 표를 사고 목욕탕으로 갔습니다.
씻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더군요

16:30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출

20:30 인천 종합터미널 착

21:00 집 도착

이렇게 하여 지리산 종주 1박 2일을 마쳤습니다.

2일째에는 05:20 세석부터 12:45 중산리탐방안내소까지
총 거리 10.8km (세석-천왕봉: 5.1km / 천왕봉-중산리 5.7km)
총 시간 7시간 50분 (휴식 시간 포함)
소요되었습니다.

지리산 종주는 일반 등산과 다르게, 산을 계속 오르지 않습니다. 능선을 타는 것으로 숨이 가쁘서나, 그렇게 힘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많은 거리의 능선을 타게 됩므로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행로입니다. 준비만 하신다면 등산이 익숙치 않으신 분이더라도 어렵지 않게 종주를 마치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혼자서 32시간동안의 지리산 종주는 저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적자니 왠지 쑥쓰럽고 유치한 거 같아서 혼자서만 간직하렵니다. ^^
지리산 종주를 마쳤으니,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해 볼까 합니다. 준비를 많이 해야겠지요? ^^

ps. 책상물림이 오랜만에 정말 긴 시간을 걸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픕니다. 지금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정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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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夏雨 | 2008/05/14 15:06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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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멋지네요 at 2008/05/22 17:44
정말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특히 일출 장면은 너무 멋있는거 같아요
기회가 되면 꼭한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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